30대 남자 혼자 동남아 여행 종합편 > 베트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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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패키지] 30대 남자 혼자 동남아 여행 종합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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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벳김실장
2023-04-01 20:58 12,48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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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쪽 일을 하기 전에 오랫동안 한 직장에 다녔습니다. 악명 높기로 유명한 녹음실에서 몇 년을 일했기에 낮, 밤 없이 일하고 워라밸은커녕 일요일에 집이라도 가면 다행인 그런 직업이었죠. 어떤 계기로 인해 때려치우고 그래도 퇴직금은 나와서 리프레쉬할 겸 여행을 아주 길게 떠난 적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제가 베트남에 정착하게 되었고 이 글을 통해 남자 혼자 동남아 여행을 다녔던 경험과 베트남에 정착하게 된 이유를 써보려 합니다.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니 구미가 당기는 곳이 몇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동남아 하면 까맣고, 덥고, 못살고 볼거 없는 나라들 이라는 인식 밖에 없었기에 막연하게 형님들이 해주는 "동남아 재밌어" 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 못한 시기 였습니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며 여행 계획을 짜던중 "동남아 에서 한국 남자 인기 많아!" 따위의 글들을 찾아보며 그나마 애들이 볼만하다는 필리핀, 태국, 베트남으로 좁혀졌습니다. 당시에는 이쪽 아가씨들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던 시기이고 듣고, 물어가며, 찾아가며 종합해보니 필리핀은 치안이 문제가 있고 원숭이라는 소리가 자주 들렸고 태국이 진짜 재밌다, 베트남이 진짜 재밌다 두 선택지가 남았었습니다. 그래 어차피 동남아 여행 가는거 한번 태국, 베트남 둘다 보고 와보자 하는 마음에 처음에 무작정 태국으로 갔습니다. 


수완나품 공항에 내렸을 때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공항에 한번 놀랐고, 게이트를 통과해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무겁고 습한 특유의 동남아 공기에 두 번 놀랐습니다. 몇 발 걷지도 않았는데 땀은 비 오듯 흘렀고 BRT니 공항 철도니 뭐니 잔뜩 공부하고 왔지만 뭔가 처음 남자 혼자 동남아 여행을 오다 보니 멘붕? 그런 게 와서 손발짓 해가며 짧은 영어와 파파고를 통해 택시를 타고 우선은 호텔 체크인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뭔가 그때는 이런 남자 혼자 여행 자체도 처음이다 보니 상당히 멘붕 했었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 우선 찬물 샤워 + 에어컨으로 몸을 좀 식히면서 차분히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내가 지금 태국 방콕에 왔고, 계획한 2주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마인드 컨트롤 하며 우선은 누워서 한숨 잤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저녁이 되고 방콕의 밤거리를 흘러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도 딱히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어서 정말 눈이 땡그르르르 돌아갔습니다. 가는 길목마다 여자들이 서있었고, 모든 여행객이 자연스럽게 접근해서 얼마인지 물어보고, 흥정하는 모습에도 충격이었지만, 바(bar) 거리에 갔을 때 그 첫 충격은 아직도 잊지를 못하겠습니다. 비키니인지 속옷인지 애매한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그 모습에 이래서 사람이 여행을 다녀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이거 남자 혼자 여행 와서 정신 안 차림 호되게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당히 덜 요란스러운 바에 앉아서 맥주 한잔 하며 태국 아가씨랑 손발짓하며 얘기하다 보니 얼레? 이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첫날 그렇게 바에서 한 명 픽업해서 아주 뜨겁게 하루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여행객모드로 돌아다니며 음식들 먹어보니 참 입에 잘 맞더라고요. 그리고 기다리던 저녁이 되었는데 막상 또 그 거리에, 그 장소에 가려니 벌써부터 기운이 빠지더군요. 왠지 모를 현타가 세게 와서 둘째 날은 초저녁에 호텔에 들어와서 잠을 청했습니다.


남자 혼자 동남아 여행이 처음이라 그래서였을까요 아니면 그 분위기와 풍경들이 익숙지 않아서였을까요 모르겠지만 저는 남들이 말하는 태국에 그렇게 젖어들지를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텐션 낮은 사람도 아니었고 클럽도 여자도 술도 모두 좋아하는데 다시 멀리서 봤던 그곳은 뭔가 모를 지저분함과 특히나 백인 할아버지들과 어울려 다니는 태국 젊은 아가씨들을 보고 참 다시는 가기 싫은 장소로 각인되었습니다. 애초에 목적이 동남아에서 방탕한 여행이었는데 그 분위기에 들어가질 못하니 지체 없이 베트남행 티켓을 끊었습니다. 다낭, 하노이, 호찌민 어디를 갈까 하다가 그래도 그 나라의 수도를 가보자 해서 하노이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수완나품공항에서 바로온 하노이 공항은 초라함 그 자체였습니다. 솔직히 동남아 여행을 처음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들을 모르기에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왔잖니... 왔으니 우선은 호텔로 출발했습니다. 느지막이 도착한 하노이였기에 알차게 보내고 싶어 미리 찾아본 비어스트릿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는 태국의 그 밤거리를 생각하고 비어스트릿에 왔는데 왐마.. 여기 그냥 관광지였습니다. 그냥 진짜 맥주 파는 거리라는 걸 모르고 왔다가 맥주만 마셨습니다. 맥주만 그냥 엄청 마셨던 거로 기억합니다. 안주도 무슨 육포 같은 거 해서 빈속에 맥주만 엄청 부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노이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당시에 딱히 들은 정보도 없고 베트남 애들 이쁘다 이 얘기만 알고 오게 된 곳이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또 호텔에서 멍... 진짜 이러다가 예상했던 2주는커녕 내일이라도 당장 한국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당시에 방탕하게 놀자가 목표인지라 하노이의, 베트남의 풍경 그런 건 눈에도 안 들어왔습니다. 무작정 여자!라는 맹목적인 목표가 있었는데 목표가 사라지니 이거 참 다 때려치우고 한국 들어가서 이 돈으로 쇼핑이나 신나게 하자 라는 생각이 지배할 때쯤 진짜 우연히 블로그 글 하나를 보고 가라오케에 당장 예약을 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잘 안 가는 가라오케를 이역만리 베트남에서 가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 했습니다. 자포자기한 심정이었을까 별 생각, 기대도 없이 당시에 이름도 기억 안나는 되게 허름한 가라오케에 입장을 했습니다. 한국인 사장인지 상무인지 실장인지 와서 담배하나 같이 피우면서 하소연을 했더니 애들 괜찮다고 한 10분만 기다리라고 해서 네네하고 10분 혼자 정적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똑똑, 문이 열리고 풍채 좋은 아주머님이 들어오길래 와.. 망했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하던 찰나 이분은 마담이었고 아가씨들이 우루루루 들어옵니다. 당시에 정말 작은 방이었는데 3열 종대로 겹치고 포개서 지금 기억으로 30명 정도는 들어왔던 거 같습니다. 제가 당시에 이런 밤문화 같은걸 아예 즐기지 않던 시기라 정~~ 말 부끄러웠습니다. 풍채 좋은 마담누님이 못된 베트남말 같은 거 하니까 아가씨들 갑자기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하더군요. 와.. 이건 또 새로운 문화였습니다. 저보다 누님인 거 같은 그 마담 누님은 "오빠 여기 하나 뚤 쎘 넷 숏따임, 다 롱따임" 이러고 고르라고 하더군요. 맥주 한잔 벌컥 마시고 처음 아닌 척 차분히 봤습니다. 확실히 베트남이 한국 사람 취향에 맞더군요. 어찌나 다들 그렇게 늘씬하고 하얗던지 드디어 나흘 만에 동남아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습니다. 


사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당시에 정말 하얗고 키 큰 친구를 선택했습니다. 뭐 다른 건 기억이 아주 희미합니다. 다만 지금도 인상적이었던 거는 엄청나게 친절했다는 점입니다. 한국말을 기본적인걸 했던 친구였는데 아주 상냥하고 친절했습니다. 가라오케 나와서 내가 배고프다 하니 식당도 데려가주고 밖에서 술도 한잔 더 하고 제가 생각한 그런 유흥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좀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짜 순간 사람 착각하게 만드는 상황들이었습니다. 분명히 상식적으로는 이 친구들도 얼른 호텔 들어가서 할거 하고 아침에 집에 가고 싶을 텐데 그 밤에 밥 먹자니 밥 먹으러 가주고 술 먹자니 술 먹으러 가주는 상황이, 내가 이 돈을 주고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하루 아주 치유받는 기분으로 보내고 상쾌하게 샤워하고 쌀국수까지 한 그릇 같이 먹고 서로 갈길로 갔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풀어지고 나니 비로소 그때서야 베트남이 보였습니다. 하노이라는 도시가 빌딩숲이긴 하지만 골목 마다 저마다 삶이 있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활기참이 느껴졌습니다. 남자 혼자 여행와서 동남아 여자에 빠진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마음이 열리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반해 지금은 이 하노이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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